마케팅 불변의 법칙(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 알 리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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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마케팅 관련 책들을 읽고 있다. 결코 많은 양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스스로 종전보다 능동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이러한 책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이유는 한 가지다. 이 분야에 관해선 '겸손한 지식'(솔직하게, 얄팍하다고 하자. 이 책 속에 나오는 "정직의 법칙"에 따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식이란 곧 밸런스라고 생각한다. 지식에 대한 편식 역시 음식의 경우처럼 해롭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가 논어 자로(子路)편에서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라고 했던가. 지식을 제대로 원하는 사람이라면, 여타의 지식을 고루 섭식해야한다는 뜻으로도, 나는 이해한다. 특히 나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광고인을 꿈꾸고 있고, 부족한 실력을 좀 더 빨리 메우려면 부단히 읽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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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표제 그대로다. 그런데 '불변의(Immutable)'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과감한 단어 선택이다. 아마 저자가 내용에 대한 확고부동한 믿음이 없었다면, 이러한 단어는 삽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바이블'로 여겨진다고 한다. 바이블이란 무엇인가. 확고부동하고 지극히 엄밀한 '진리'를 담고 있는 책이 아니던가.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 '바이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나로서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책의 내용을 범박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마케팅에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을 어기는 마케팅 정책은 반드시, 반드시 실패한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이렇게 적어놓았다. "경영진은 바뀐다. 그러나 마케팅 법칙은 절대 불변이다. 이제, 당신은 위험에 대한 경고를 충분히 받았다. 만일 불변의 법칙을 어긴다면 당신은 실패의 위험을 자초하는 격이다."(p.234-235) 무섭지만 저자의 놀랍도록 확고한 신념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런데 역설적으로 나는 이러한 저자의 확고한 신념이 믿음직스럽다. 게다가 명망 있는 마케팅 혹은 광고 전문가들이 쏟아낸 이 책에 대한 찬사만 보아도 나 같은 어리숙한 초짜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믿음이 간다.
책은 다음의 22가지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제1장 _ 리더십의 법칙 The Law of Leadership
제2장 _ 영역의 법칙 The Law of the Category
제3장 _ 기억의 법칙 The Law of the Mind
제4장 _ 인식의 법칙 The Law of Perception
제5장 _ 집중의 법칙 The Law of Focus
제6장 _ 독점의 법칙 The Law of Exclusivity
제7장 _ 사다리의 법칙 The Law of the Ladder
제8장 _ 이원성의 법칙 The Law of Duality
제9장 _ 반대의 법칙 The Law of the Opposite
제10장 _ 분할의 법칙 The Law of Division
제11장 _ 조망의 법칙 The Law of Perspective
제12장 _ 라인 확장의 법칙 The Law of Line Extension
제13장 _ 희생의 법칙 The Law of Sacrifice
제14장 _ 속성의 법칙 The Law of Attributes
제15장 _ 정직의 법칙 The Law of Candor
제16장 _ 단일의 법칙 The Law of Singularity
제17장 _ 예측 불가의 법칙 The Law of Unpredictability
제18장 _ 성공의 법칙 The Law of Success
제19장 _ 실패의 법칙 The Law of Failure
제20장 _ 과장의 법칙 The Law of Hype
제21장 _ 가속의 법칙 The Law of Acceleration
제22장 _ 재원의 법칙 The Law of Resources
저자는 이 22가지의 법칙은 불변하며, 하나라도 지키지 않을 경우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누차 경고한다. 또한 "실패를 자초할 생각이라면 당신은 이 법칙들을 어겨도 좋다."(p.22)라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나는 22가지의 법칙이 완전히 균등한 수준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자는 '제1장 - 리더십의 법칙'으로부터 '제4장 - 인식의 법칙'까지의 내용을 이후의 모든 장에서 끊임없이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이 22가지의 법칙 중에서도 '제1장'부터 '제4장'까지의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방증이 아닐까(나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특히 저자는 여러 장에 걸쳐 '인식의 법칙'에서 다룬 내용을 재차 강조한다. 쉽게 말해,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대전제'다. 소위 '제품생산 중심'의 마케팅을 가장 고전적인 마케팅 좋은 말로 '1차 마케팅'이라고 부른다는 걸 어디서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기억에 의하면, 4차는 '소비자 중심', 5차는 '에코 중심'이었던 것 같다. 4차부터는 모두 '인식'을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소비자 중심은 말 그대로 '소비자 중심'으로 마케팅 플랜을 짠다는 뜻일 테고, '에코'는 소비자+환경이니 역시 중심은 '소비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읽다보니, 어찌 생각하면 '마케팅'은 사람을 사귀는 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얻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과도 상통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물론 마케팅 주 목적인 '소비재 판매'와 결부되는 것은 아니지만 백번 긍정적으로 이해해서 나에게 박하고 다른 사람에게 후하다는 청백리의 '박기후인' 정신과도 통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소견이다. 중언부언 횡설수설이다. 이상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을 마치려고 한다.■
추신. 내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 중에 아래의 책들은 <마케팅 불변의 법칙>과 함께 읽을만 한 것 같다. <블루오션 전략>이야 너무나도 유명하고, <블루 엘리펀트>는 이른바 '블루오션의 실행 전략'을 담은 책인데, <마케팅 불변의 법칙> 속에는 이 '블루오션'이란 용어로 정리된 마케팅 전략들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