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사각형/책을 벗기다

[서평] 드라마 시학을 만나다, 박노현

고만하이 2013. 1. 12. 05:00

 


드라마 시학을 만나다

저자
박노현 지음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09-12-28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이야기의 유목, TV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텔레비전 드라마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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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을 매체로 우리의 시선에 노출되는 형태의 극을 우리는 흔히 '드라마'라고 부른다. 그러나 <드라마 시학을 만나다>의 저자 박노현은 이 표현이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틀렸다'라고 말한다. 드라마는 서양의 '극(劇)'을 범칭하는 장르명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드라마(Drama)는 '극'으로 분류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연극 등이 모두 '드라마'에 속한다고 그는 말한다. 'TV 드라마'라는 말도 사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TV 드라마'가 영화(Movie, Cinema, Kinema, Motion Picture 등등)나 연극(Play 등)과는 달리 독립된 '장르'로서의 호칭이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왜일까? 같은 극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TV 드라마는왜 독립적 장르로서의 호칭을 부여 받지 못했을까? 저자는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의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텔레비전'이 발명된 이후 세간의 그것에 대한 평이 그리 좋지 못했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바보상자'라는 별칭이 그러한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대중성, 상업성, 선정성 등의 이유를 들어 정치권은 물론 대중까지도 텔레비전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저자는 이러한 텔레비전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기실 그것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그만큼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모든 매체는 동일한 명분(대중성, 상업성, 선정성)으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근대 이전의 소설, 근대 초기의 연극과 영화라고 저자는 차근차근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가 인용한 부분을 재인용하자면 아래와 같다.

 

  "비판자들은 텔레비전이 반사회적이고 상상력을 죽이는 역할을 하며 청소년에게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난은 한때 연극과 소설에 가해졌고, 그 다음에는 오늘날 상당한 영향을 누리고 있는 영화에 가해졌던 것이다."(안드레아 그로네마이어, 권세훈 옮김. 《영화》 中)

 

  나는 저자의 논리정연하고 명쾌한 분석에 동의한다. 저자는 TV 드라마에 대한 독립된 장르로서의 호칭이 필요할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종래의 소설, 연극, 영화와 마찬가지로 미학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텔레비전이 대중과 맺는 친밀한 관계에서 나오는 비판을 극복하고 서사, 극 장으로서의 TV 드라마의 위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옳은 주장이다. 극 장르에 관심이 많은 분들 아니 상식적 수준에서도 일독을 권장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