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사각형/책을 벗기다
[문장]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무라카미 하루키
고만하이
2013. 1. 12. 21:30
요시아의 영혼은 이제 고요하게 맑게 개인 한 시간과 한 장소에 잠시 멈춰 서 있다. 뒤쫓던 분이 진짜 아버지든 아머니가 말하는 나를 낳아 주신 신이든 혹은 자신과는 무관하게 우연히 어딘가에서 오른쪽 귓불을 잃었을 뿐인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이든, 그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이미 하나의 신과 같은 거룩한 존재가 뚜렷한 형태로 나타나는 현현이 있었고, 비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건 얼마나 영예로운 일일까.(<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p103)
그는 춤추며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그 리듬들의 복잡한 뒤엉킴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갖가지 동물들이 숨은 그림 찾기 퍼즐처럼 보일락말락하며 숲 속에 숨어 있었다. 그중에는 본 적도 없는 듯한 무시무시한 짐승도 섞여 있었다. 그는 이윽고 그 숲을 빠져 나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공포 따윈 없었다. 그것은 그 자신 속에 있는 숲이었다. 그 자신을 형성하고 있는 숲이었다. 그 자신이 안고 있는 짐승이었다.(<신의 아이들은 춤춘다>, p107)
Irony. 루카치는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