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새끼입니다, 정철
정치적 신념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일은 개인사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광고인같이 다소 가치 중립적 태도를 요구 받는 직종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광고주의 정치적 성향은 제각기 다를 것이므로). 그러나 정철은 과감하다. "(99%의) 국민이 광고주다."라고 외치며 당당히 지향하는 바 특히, 이 사회에 대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재미있는 것이 있다면, 정철의 본업이 '카피라이터'라는 점(이 포스트를 '광고 서평'으로 분류한 까닭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큰 뜻이 있는 건 아니다.)이다. 그래서 그의 (정치적 신념에 관한) 아포리즘 선집이라 부를 수 있을 듯싶은 「나는 개새끼입니다」(리더스북, 2012)는 '카피'라는 색다른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헌법 제39조
대한민국 헌법은 낡았다.
헌 법이라서 그렇다.
새 법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단어 하나만 바꾸면 금세 새 법이 된다.
국민을 서민으로.
모든 '서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p.28)
과격한 어휘를 선택하지 않으면서도 이 시대가 공감할만한 불합리를 명쾌하게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읽는 독자의 성향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그의 어법은 흥미롭다.
물론 이 책은 정치적 색깔이 짙다. 그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존함 석자가 과감없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책의 제목조차도, 노 전 대통령과 관련있다. 그가 책 안에서도 밝혔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직후 느꼈던 아픔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니까 말이다.
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것은 독자의 온전한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첫째는 그의 화법이 흥미롭다는 것(=카피라이터 지망생에게는 좋은 교재가 될 수 있겠다는 것), 둘째는 마땅히 틀린 메시지는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