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사각형/Advertising

소비자 머릿속에 ‘촌철살인 슬로건’ 심어라

고만하이 2014. 1. 18. 22:32

스크랩 from DBR 2013.8.22

국내 30대 기업-지자체 16곳 슬로건 전문가 평가



많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이 효과적으로 외부에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슬로건은 말하고 듣기 쉬우며 좋은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많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국내 마케팅 전문가 20명에게 대기업과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슬로건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평가 결과, 기업 부문에서는 GS칼텍스의 ‘I am your Energy’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는 전라남도의 ‘녹색의 땅 전남’이 최고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대체로 민간기업에 비해 공공 영역의 슬로건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일부 광역 자치단체의 슬로건은 특색이 없고 획일적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외부와의 소통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슬로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평가 결과를 전한 DBR 134호(8월 1일자)의 기사 내용을 요약한다.


○ 평균 점수 4∼5점대 머물러

설문조사 결과, 기업 가운데서는 GS칼텍스의 ‘I am your Energy’, LG전자의 ‘Life’s Good’, 삼성생명의 ‘사람, 사랑 그리고 삼성생명’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았다. 전문가들은 GS칼텍스의 슬로건에 대해 “에너지라는 용어를 중의적 의미로 사용해 창의적이고 명확하게 가치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에쓰오일의 ‘고객님이 다시 찾고 싶은 기분 좋은 에쓰-오일’, 한국가스공사의 ‘고객과 함께하는 Global KOGAS’, 한국전력공사의 ‘New Start, Again KEPCO’는 하위권 점수를 받았다. 이들 슬로건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 어렵고 모호하며 고객보다는 공급자 마인드가 강하거나 임팩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자체 중에서는 전라남도의 ‘녹색의 땅 전남’, 충청북도의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 서울시의 ‘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에 대한 평가 점수가 가장 높았다. 전남 슬로건은 지역 특성을 의미 있게 전달했으며 푸른 들판이 연상되는 등 감성적 접근이 돋보인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경상남도의 ‘Feel Gyeongnam’, 울산시의 ‘Ulsan for You’, 대전시의 ‘It’s Daejeon’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대전시의 슬로건에 대해 “It's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인지도가 낮고, It's SONY의 아류작 같다”고 평했다. 울산시의 슬로건도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빠져 있고 차별화된 가치가 보이지 않는 게으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기업에 비해 지자체의 슬로건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 30개 기업 중 슬로건이 없는 기업을 제외한 조사 대상 23개의 슬로건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5.66점인 반면 지자체들의 슬로건 평균 점수는 4.98점이었다. 또 기업 쪽에서는 상위 3위까지 7점 이상을 받은 반면 지자체는 1위인 전남의 슬로건이 7점에 미치지 못하는 6.35점이었다. 기업 쪽의 최하점을 받은 곳은 가스공사와 한전으로 두 곳 모두 4.05점을 받았다. 지자체 중에서는 광주시, 경남, 울산시, 대전시 등 4곳이 4점 미만이었다. 


○ 공공부문 점수 낮아

조사 대상 23개 기업 중에서도 공공 성격의 기업(지배구조상 정부, 공공기관 소유)인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농협중앙회, LH공사, 한전, 가스공사 등 7개 기업의 슬로건에 대한 평가의 평균 점수는 4.68점으로 집계됐다. 오히려 지자체의 평균 점수보다도 낮다. 반면 16개 순수 민간기업의 평균치는 6.08점이었다. 

민간기업 슬로건은 기업 철학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비교적 잘 나타나고 있지만 지자체 또는 공기업 등은 철학이 잘 드러나지 않고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단어의 단순 조합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슬로건들을 간결하면서도 기업의 철학을 정확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들은 촌철살인과 같은 슬로건, 간결하면서도 의미성이 풍부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하는 슬로건을 만들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 간결, 함축, 기억용이성이 키워드

좋은 점수를 받은 슬로건의 개별 평가에 등장하는 키워드는 간결과 함축, 기억용이성이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5개 기업인 GS칼텍스, LG전자, 삼성생명,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는 7점 이상이거나 7점에 가까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광고 노출 때 슬로건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예를 들어 광고 맨 마지막 컷에 해당 슬로건을 시각 또는 청각적으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빈번한 광고노출에 따른 슬로건 친숙성 효과가 좋은 평가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6점대 평가를 받아 6위와 7위에 각각 오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순수한 ‘슬로건 창작효과’가 더 컸다. 이들은 B2B 기업이어서 다른 소비재기업처럼 일반인들이 광고를 통해 슬로건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독창적인 슬로건으로 여러 소비재기업들을 제치고 좋은 성적을 받았다.


○ 획일적 영문 슬로건은 낮은 평가 받아


지자체는 5점을 초과하는 점수를 받아 긍정적 평가 그룹에 있는 9개 지자체와 5점 이하의 점수를 받아 부정적 평가 그룹에 있는 7개 지자체의 특성이 명확히 구분된다. 긍정적 평가 그룹은 대구시와 제주도만 영문 슬로건일 뿐 나머지 7개 지자체는 한글 슬로건이다. 경기도는 한글과 영어를 병기했다. 반면 5점 이하를 받은 7개 지자체의 슬로건은 모두 영어로 돼 있다. 이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특성을 한두 개 영어 단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문으로 된 하위 7개 지자체 슬로건들은 우선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다. 지역 명칭과 함께 거의 한 단어로만 표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지역 명칭과 함께하는 영어 단어들이 무의미해 보인다. 마치 어느 한 업체에서 단체로 지자체 슬로건을 제작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다만 지자체들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하기에 현재의 한글 슬로건을 영문 슬로건으로 변환, 병용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의 한글-영어 병용 전략은 의미가 있다. 

박상훈 코블리스 대표는 슬로건을 만들 때 “첫째, 기업이나 단체가 그 기업이나 단체의 이해당사자와 일정 기간 커뮤니케이션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는지, 둘째, 쉽고 함축적이며 간결해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 셋째, 다양한 미디어 매체에서 언어적, 그리고 시각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슬로건 평가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곽준식 동서대 교수 △김근한 이노션월드와이드 국장 △김남국 DBR편집장 △김상훈 서울대 교수 △김자성 메타브랜딩 상무 △민은정 인터브랜드 상무 △박상훈 코블리스 대표 △박영미 소디움파트너스 브랜딩 대표 △박종묵 마크로밀엠브인 이사 △백지희 대한에이앤씨 이사 △부경희 광운대 교수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대표 △양윤재 닐슨컴퍼니 코리아 상무 △여준상 동국대 교수 △장동련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 △조경식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장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 △홍성태 한양대 교수 △홍진환 수원대 교수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스 대표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http://news.donga.com/3/all/20130822/571565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