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사각형/책을 벗기다
[서평] 날마다 축제, 강영숙
고만하이
2012. 4. 4. 23:28
사파리 같은 세상
강영숙의 단편 「씨티투어버스」와「태국풍의 상아색 쌘들」을 중심으로
「씨티투어버스」를 읽으며 나는 왈칵, 눈물이 날 뻔했다. “겁에 질려서 무엇에 쫓기는 줄도 모르는 채 앞으로만 달리”던 “흰 뿔이 달린 들소”에 내 자신이 중첩됐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씨티투어버스’는 어쩌면 사파리를 여행하는 지프차인지도 모른다(알바를 하며 광화문 네거리를 지날 때마다 나는 그 버스를 보았고 그런 생각을 했었다). “폐쇄가 예고”된 서울은 인공으로 도심 한 가운데에 조성된 사파리가 된다. 씨티투어버스는 그 사파리를 드나드는 유랑열차 정도가 되겠다. 나는 이것을 깨닫고 섬뜩하고, 불길했다.
서울시티투어버스(연합뉴스)
얼핏 두 작품은 서로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 작가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씨티투어버스」는 ‘씨티투어버스’라는 도시 내적이면서도 외적인 장치를 이용해 도시의 폐쇄성과 그 안에 사는 ‘우리’들의 삶을 드러냈다면, 그리고 그것이 다시금 돌고 도는, 제자리로의 회귀를 말하고 있다면,「태국풍의 상아색 쌘들」에서는 ‘어설픈 자살여행’을 통해 우리의 삶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실상 그만한 것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소설가 하성란은 서평에서 “고백하건대 나는 강영숙의 소설에 중독되었다.”라고 했다. 그녀가 중독된 소설이 대체 몇 편이나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진술은 유효하다. 일견 난해한 듯하면서도 쉽사리 풀리는 「씨티투어버스」「태국풍의 상아색 쌘들」화법은 끝이 어딘지 모를 실타래를, 그러니까 ‘삶’이라는 실타래를 풀어줄 또하나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폐쇄가 예정된 도시”에 살고 있다.■ (11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