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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의 사각형

무작정 떠나는 당일치기 경주여행(1) - 출발부터 천마총까지

매번 일탈을 꿈꾼다. 일상은 이따금 숨통을 턱턱 막기 때문이다. 그래서 20일에 경주로 오라는 전화는 공모전 담당자분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핑곗거리가 생긴 거다. 수업과 학원에서 벗어나 일상을 향한 소심한 반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단 하루의 여행이었다. 계획이란 아무 것도 없는 그런 여행. 그 대중 없는 경주 당일치기 여행을 소개하고자 한다.(사진은 폰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당일치기 이동경로(경주 시내권) :

신경주역 ---(70번 버스 이용)---> 대릉원지구(천마총, 미추왕릉) ---(도보 이동)---> 경주역사지구1(첨성대, 계림, 월성 등) ---(도보 이동)---> 경주역사지구2(경주 동궁과 월지 등) ---(도보 이동)---> 경주국립박물관 ---(11번 버스 이용)---> 불국사 ---(11번 버스 이용)---> 보문단지 내 호텔현대 ---(700번 버스 이용)---> 신경주역

 

낯선 곳은 그대로 낯설어야 한다

 

 

애당초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지도 한 장 챙겼을 뿐이다). 계획이란 낯선 곳을 조금 낯설지 않게 하려는 방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낯선 곳은 낯설어야 한다. 그러므로 계획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여행하기로 했다). 열차도 예매하지 않았다. 자유석은 언제나 한두 자리라도 있기 마련이고, 없으면 버스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시간은 일부러 넉넉하게 잡고 나왔다. 다행히 KTX 자유석에 오를 수 있었다.(준비된 여행이 필요하신 분들은 미리 예약하길 바란다. 늦어도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두는 것이 편리하다.)

 

 

서울을 벗어나는구나. 철교의 구조물이 휘어진다. 한강과 여의도의 풍경과는 달리. 아무래도 좋다. 일탈은 일상으로부터의 왜곡이다.

 

경주를 닮은 KTX 신경주 역사

 

 

약 두 시간 반만에 신경주역에 도착! 플랫폼에 내리자마자, 나는 하- 하고 심호흡을 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벗어났다는 그 해방감 때문이었을까? 경주 하늘을 맑았고 공기는 새로웠다.

 

 

신경주역은 신라 1000년의 고도 경주의 대표 역사다운 조형들이 눈에 띈다. 그중 내 시선을 끌었던 것은 역사 정중앙의 기둥마다 아로새겨진 십이지상이었다. 이곳에서 한참을 머물며 조각들을 둘러봤다.

 

 

소나무 연작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의 한 작품이 역사 한 편에 전시되어 있다. 촬영지가 경주 남산이라고 한다.

 

 

어디로 가야할까? 시상식까지는 6시간 가량이 남아 있었다. 유일하게 챙겨온 것. 지도를 펼치고 동서남북의 방향을 잡는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 일단 버스를 타기로 했다. 역사를 빠져나가자.

(관광지도 신청 : http://guide.gyeongju.go.kr/deploy/divide/01/01_01/index.html)

 

 

기와지붕의 처마를 형상화한 듯한 외관 디자인이 압도적이다.

 


역사를 나오자마자 웬 유적 하나가 눈에 띈다. "(이전 복원된) 경주 방내리고분군 1호 돌방무덤"이라고 한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적지라던데, 실감이 난다. 이 유적에 대한 설명은 아래 사진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버스 정류장이 행선지 별로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나는 무작정 오르기로 한다. 내 선택에 걸린 버스는 70번이었다. 노선도를 보니 경주 시내로 가는 버스 같았다. 대릉원 후문 정거장도 있다. 그곳에서 내리기로 했다. 경주의 모든 버스 노선은 과거로 흐른다. 지나는 지점마다 유적들이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버스에 오르시길 바란다.(70번 버스가 가장 배차 간격이 짧아 보였다.)

 

 

 

신경주역(푸른색 원)에서 70번 버스를 타고 '대릉원'(붉은색 원)으로 이동. '대릉원 후문'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이동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미추왕과 천마총 - 대릉원을 가다

 

 

대릉원 후문이다. 빛바랜 단청이 서울의 새것 같이 빛나는 경복궁 단청과 대조를 이룬다. 대릉원은 경주시 황남동(皇南洞)에 있는 신라시대의 고분군이다. 대릉원지구라고도 부르는데,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미추왕(味鄒王)을 대릉(大陵:竹長陵)에 장사지냈다"라는 기록이 있어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이 고분군은 총면적이 12만 5400평에 달하고, 신라시대의 왕·왕비·귀족 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다. 고분은 모두 평지에 자리잡고 있는 신라시대만의 독특한 무덤군(群)으로, 크게 다음과 같은 7개의 지역으로 나뉜다고 한다.

① 신라미추왕릉(사적 175)

② 경주 황남리 고분군(皇南里古墳群:사적 40)

③ 경주 노서리 고분군(路西里古墳群:사적 39)

④ 신라 오릉(五陵:사적 172)

⑤ 경주 동부 사적지대(東部史蹟地帶:사적 161)

⑥ 경주 노동리 고분군(路東里古墳群:사적 38)

⑦ 재매정(財買井:사적 246) 등이다.

 

가장 잘 알려진 고분은 뭐니뭐니 해도 '천마총'이다.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통해 가 본 가물한 기억이 있다. 사실 내가 대릉원에 온 까닭도 그곳을 거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없다.

 

 

 

입장료를 내야한다. 성인 기준 1,500원이다.

 

 

불현듯 스치는 수학여행의 기억. 기억 속 모습 그대로다.

 

 

천마총 입구에 걸린 표지석.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합시다." 죽음에 대한 인식이 피상적이고 희미해진, 그러므로서 탈마법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지만 누군가의 무덤 앞에서 경건해야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천 몇 백 년 전 어떤 왕의 무덤이었을, 천마총. 그 역사 앞에 우리는 경건하고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원만한 곡선과 녹색의 풍경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경내에는 국악조의 음악이 흐른다.

 

 

심각하게 안내판을 뜯어보는 일본인 관광객들.

 

 

 

 

원만하다, 원만하다.

 

 

이어지는 것은 숲길이다. 서울숲 같은 인공숲과는 다른 느낌. 깊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고, 나무들마다 고대의 역사를 내뿜고 있는 듯했다.

 

 

허리가 휜 고목. 그 옆에 칭얼대는 아이를 업는 어머니의 허리가 닮았다.

 

 

 

무덤을 닮은 구릉 위에 앉은 소나무.

 

 

 

누구에겐 일상일 풍경이 한낯 관광객에게는 범상지 않은 풍경으로 읽힌다.

 

 

 

 

 

 

 

 

 

 

대릉원의 정문이다. 미추왕릉은 다음 기회에 찾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