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펼쳐 본 동화책
동화책은 순결합니다. 세상 풍파를 만나기 전, 그 인간의 모습이 들어있습니다. 이런 저런 감상은 도리어 동화책 앞에 불경해지는군요. 어쨌든, 동화는 회귀하고 싶은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오소리네 집 꽃밭>이라는 동화책을 읽었네요. 이따금 동화를 읽어 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주인공은 '잿골 오소리 아줌마'예요. 오소리 아줌마는 어느날 양지볕에서 졸다가 회오리바람을 만나 데굴데굴 굴러가게 됩니다. 바람이 그친 곳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이었어요. 오소리 아줌마는 그곳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얼른 도망을 칩니다. 도망치다 만난 곳이 바로 꽃밭이에요.
"어머나, 예뻐라."
우연히 아름답게 조성된 꽃밭을 본 오소리 아줌마는 자기도 그 꽃밭이 갖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가 남편을 조른답니다. 꽃밭을 만들어달라고요. 남편은 흔쾌히 꽃밭을 만들어주기로 해요. 그래서 곡괭이를 챙겨나갑니다.
"안 돼요!"
그런데 오소리 아줌마는 남편이 곡괭이를 번쩍 들어올릴 때마다, "안 돼요!"하고 외쳤어요. 지천이 꽃밭이었기 때문이죠. 그런 대거리를 몇 번 반복한 부부는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그럼 대체 꽃밭을 어디다 만들자는 거요?"
"꽃이 안 핀 데를 찾아보세요."
"여기도 저기도 다 꽃인데, 어디 틈난 데가 있어야지."
그러고 보니 온 사방이 꽃이었죠.
"우리 집 둘레엔 일부러 꽃밭 같은 것을 만들지 않아도 이렇게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구려. 그건 그래요, 이른 봄부터 진달래랑 개나리랑 늦가을 산국화까지 피고지고 또 피니까요. 겨울이면 하얀 눈꽃이 온 산 가득히 피는 것은 잊었소?"pp.30-33
오소리 아줌마는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사방이 꽃인데 꽃밭을 만들자고 했던 것은, 어리석은 욕심이었던 거죠. 부부는 그 사실을 깨달고 하하, 호호 웃었어요. 꽃들도 웃었고요.
*
봄이 막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봄이 올 때마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었습니다. '꽃놀이'라는 거 말이에요. 사실 진짜 '꽃놀이'라면 상춘객들이 '꽃이 있는 곳'으로 가야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런데 제가 사는 도시에서는 그 꽃을 도시로 데리고 와요. 거꾸로 된 거 맞죠? '튤립축제'이나 '장미축제'이니 '벚꽃축제'이니 하는 게 다 그래요.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 억지로 끌고와서 '인간 성미'에 따라 이리저리 변형하고 진열해요. 이건 좀 이상한 거 같네요. 도시미관도 좋고, 인간들의 유희도 좋지만, 도시 이전에 자연부터 생각한다면 분명히, 무언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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