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의 1단계 홍보전략은 슬로건이다. 슬로건이란 해당 후보의 삶, 가치, 정책 등을 한마디로 응축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슬로건이란 단 한 줄의 ‘카피(copy)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슬로건은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정치홍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슬로건을 만들기에 앞서 후보들은 공략 대상으로 삼을 주타깃(목표)을 설정한다. 주타깃은 국민 전체일 수도 있고, 2030(20·30대)세대일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중산층일 수도 있다. 주타깃이 설정되면 여론조사 또는 FGI(표적 집단면접법)를 통해 주타깃의 특성을 분석한다. 조사를 통해 주타깃의 주요 특성을 10여개 정도 찾아낸다. 이것을 갖고 전문 카피라이터가 몇 개의 슬로건을 만든다. 슬로건을 만들 때 카피라이터는 캠프의 전략기획팀, 메시지팀, 홍보팀 등과도 소통한다. 후보는 이렇게 만들어진 슬로건들 중 한 개를 최종 선택한다." (경향신문 12.7.14)
"슬로건(Slogan) : 대중의 행동을 조작(操作)하는 선전에 쓰이는 짧은 문구. (중략) 본래 스코틀랜드에서 위급할 때 집합신호로 외치는 소리(sluagh-ghairm)를 슬로건이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네이버 백과사전 12.7.15 현재)
슬로건 전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대선이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오니,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앞다투어 슬로건을 내놓고 있다. 슬로건이란 위에 인용한 바와 같이 후보자 자신의 정책적 정치적 가치 등을 응축하면서 동시에 그것으로서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도구다. 헤드라인이나 바디카피와는 달리 독자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슬로건의 기능은 흥미롭다. 나는 지금까지 발표된 대선주자들의 슬로건을 주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후보자의 '가치'가 '고도'로 압축된 것이 '슬로건'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올 연말 내 표의 향방을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 문재인(민주통합당)
약간 두산이 슬로건인 '사람이 미래다'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대선후보들의 슬로건 중에서 가장 세련된 느낌. 이지적인 느낌과 감성적인 느낌을 모두 담고 있다. 슬로건은 본래 '구호'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 슬로건은 문재인 후보 스스로가 자신에게 외치는 구호이어도 좋고 국민들이 '가치'로 삼을만한 구호인 것 같다. 다만 다소 싱거운 느낌일 수 있는데, '담쟁이' 형상의 PI를 도안하여 그러한 느낌을 피해갔다. 다만 너무 포괄적이다.
2. 박근혜(새누리당)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꿈'이 붉은색으로 강조되어 있는데, 하필이면 거기에 'ㅂㄱㅎ'라는 후보 이름의 초성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트위터리안은 '내(박근혜)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로 읽어 조롱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다소 뻔한 슬로건이고 구체성이 없다는 느낌이 강하다. '꿈'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슬로건은 흔하디 흔하고 '꿈'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 그 꿈이라는 것이 그녀가 요즘 누차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인지, 오리무중일 뿐이다. 한마디로,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3. 손학규(민주통합당) : 슬로건
다소 고루한 느낌이지만 그 메시지 자체는 와닿는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야근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하는 건 '야근'으로 상징되는 과도한 노동 현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이 있다고 한다. 타겟팅이 분명한 슬로건으로 읽힌다. 고루한 느낌만 없다만 타겟팅과 상징성 면에서 가장 함축적인 슬로건으로 보인다.
4. 김두관(민주통합당) : 슬로건
이장부터 도지사까지. 우리 속담 '개천에서 용 났다'는 김두관의 인생 슬로건이 아닌가 싶다. 대단한 사람이다. 근데 슬로건은 너무 '행정적'이다. 그 목표가 여타의 슬로건에 비해 분명("평등국가")하다는 건 장점이겠지만, 그게 도리어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일단 '문학적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좀 아쉽다. '감성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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