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님의 18번째 영화 '피에타',
제69회 베니스영화제 작품상 '황금사자상(Leone d'Oro)' 수상
내심 기대했다. 감독 본인도 그랬던 눈치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아리랑'을 부른 것은 분명히 미리 계획(?)된 퍼포먼스였을 거다. 비꼬는 말이 아니다. 받을만한 사람이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관객'으로서의 나의 기대이자 거장의 자신감이라고 읽어주길 바란다.
마땅히 축하 드릴 일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짠-한지 모르겠다. 일면식이라도 있었다면 나의 이런 감정이 내 스스로 이해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와 아무런 면식이 없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완전한 관객으로서 그를 알고 있을 뿐이다.
며칠 전 꿈에, 그를 본 적 있다.
"잘 지내시죠?"
여쭙자, 그는 나를 바라보며 어떤 표정을 지었는데 꿈에서나 깨어난 직후나, 지금에서나 나는 그 표정을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따뜻함, 뻐근함, 섬뜩함으로 확장되다가 결국, '따뜻함'으로 환원되는 어떤 것이었다. 그날은 잠들기 직전 그의 웹페이지에 영화의 국내 개봉과 수상을 기대한다는 글(영문)을 남겼었는데, 나의 그런 일종의 '팬심'이 꿈에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꿈에 나타나는 형상이란 결국 '나 자신'의 이형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꿈에서 그가 내게 보여주었던 '불가해의 표정'은 평소 그의 영화가 내게 던져주었던 다양한 형태의 '충격' 고스란히 압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자꾸만 그 꿈을 되씹게 한다.
각설하고- 김기덕 감독의 수상은 영어를 빌리자면 그야말로, deserve하다. 응당 받을만한 분이 받았다. 그런데 씁쓸하다. 아마 그의 자조섞인 목소리가 기억났기 때문일 거다. 토씨 하나까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아마 영화 <아리랑>에서 했던 말로 기억하는데 그 말이 그의 황금사자상 수상 앞에서 씁쓸하게 아른거린다.
영화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는 것, 보고난 영화에 대해 호불호를 표명하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다. 김기덕 영화도 마찬가지도 어떠한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싫으면 싫은 거고, 좋으면 좋은 거다. 난 김기덕을 사랑하고 자칭 '김기덕빠'임에 분명하지만 그건 나의 취향인 것이다.
다만 난 그의 팬으로서 그의 영화를 "뭐야, 이건?"하는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하고싶다.
"고기 좋아하세요? 한우 어때요? 김기덕 영화는 한우고깁니다. 분명 고급이지만, 접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한 번 접하면 곱씹어보세요. 아까워서 그냥 삼킬 영화가 아닙니다. 양념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그 자체로 명품입니다. 비유가 쌩뚱맞다고요? 네, 김기덕 영화는 쌩뚱맞기도 합니다. 그래서 볼만 합니다."
아무튼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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