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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사각형

남쪽으로 튀어, 임순례


남쪽으로 튀어 (2013)

8.4
감독
임순례
출연
김윤석, 오연수, 한예리, 백승환, 박사랑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121 분 | 2013-02-06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라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관객으로서는 차라리 잘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었다면 당연히 유비(類比)했을 것이니까. 영화는 선입견 없이 영화로 보아야 한다. 소설과 영화는 스토리의 구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인공 최해갑(김윤식 역)은 아나키스트다.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인물이었다. 대신 처자식이 딸려있다는 것만 다르다. 소로는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월든'이란 호숫가에 은둔하며 집필에 전념했다. 최해갑의 기본 정신은 그와 같다.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국가는 피지배자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라고 최해갑은 믿는다.

 

그의 아내(오연수 역)는 적극적인 조력자다. 영화에서 슬쩍 드러나듯이 최해갑이 대학생 시절 '최게바라'라고 불리며 학생운동할 때 그를 적극 돕던 '동지'가 바로 그 아내다(아내는 남편을 '선배'라고 종종 부른다). 극이 절정에 다다를 때(최해갑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일 때), 화염병을 들고 나타나 남편을 돕는다. 그리고 공범이 된다. 

 

영화의 곳곳에는 우리가 민감하게 받아들일만한 시의성 있는 정치적 이슈가 배치되어 있다. 예를 들어, 민간인 사찰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의 정치적 견해가 들어갔다고 해서 그 영화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게다가 그게 이 영화의 주제의식인 것도 아니니까.

 

자유주의자, 국가주의자, 맑시스트, 아나키스트, 폭력시위, 민간인 사찰... 어쨌든 이 영화, 어쩐지 현실감 없는 코믹함에 마냥 웃기에는 어쩐지 씁쓸한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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