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아쉬운 영화
글쎄. 사람이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소재이며 동시에 매체로 삼는 TV드라마, 연극, 소설 등의 콘텐츠는 대체 어떤 힘으로 사람을 이끄는 걸까? 아무래도 영화 <감기>는 그런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이야기(Story)의 본질을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의 3대 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이다. 중학교 교과서에나 나올 기초적인 내용인데 이따금 알면서도 놓치는 이야기꾼-작가, 감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까닭은 사람은 우선 인물에 동화되어야 사건, 배경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인물에 동화되지 않고서야 아무리 거창한 사건이 등장하고 배경이 등장해보았자 소용 없는 일인 것이다. 100% 치사율의 무시무시한 독감이나 폭동(사건), 인구 45만의 분당이나 국제 관계 속의 대한민국(배경) 등 영화 내 수많은 요소들은 인물이 정립되지 않고서는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영화를 즐기는 방식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다. 스토리를 소비할 수도 있고, 영화의 형식적 구성을 관심 있게 볼 수도 있으며, 영상미를 즐길 수도 있고, 하다못해 배우의 연기력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감기>는 형식적 구성을 즐기기에 단조롭고, 영상미를 즐기기에 CG 등이 너무나도 아쉽다. 배우의 연기력이야 모든 조건이 갖춰진 이후 챙겨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차치할 수 있을 것 같다(물론 훌륭했다). 남는 것은 스토리인데 그 스토리 속의 인물 군상이 지나치게 사건 중심적이고 단조롭다. 즉, 입체적 인물이 없다.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감기>는 아쉽게도 이런 인물 부분이 빈 칸으로 남아 있다. 좀 더 디테일한 인물 설정과 좀 더 세밀한 갈등을 조장했다면 작은 부분(인물 개개인)부터 큰 부분(사회, 국제 역학, 대한민국의 현대사)까지 아울러 담을 수 있는 영화일 것 같은데 참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다. 혹은 너무 욕심을 부렸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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