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극장('11.7.1). 전재홍 감독, 김기덕 각본.
전재홍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좀 더 대중과 친숙해진) 작품이라고 한다 해도 무리는 없을 듯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흠이야 많겠지만 그 자체로 '김기덕 류의 영화'라고 규정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관람평이 되겠다.
소설로 치자면 일종의 알레고리 형식을 취했다. 만화적 상상력이 가득하고, 현실성은 부재하지만 그 가운데 울림이 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이 작품이 상징하는 바를 고도의 알레고리화를 통해 제시한다. 그에 앞서 제시된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설정들은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의도적으로 조성되고 배치된 것들임이 증명된다.
또 한편으로는 실제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황장엽의 일화가 그것이다. '망명 남자' 역에게서 황장엽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나는 단언컨대, 김기덕은 각본을 쓰며 의도적으로 황장엽을 모티프로 차용했다. '망명 남자'의 전사와 현재의 뚜렷한 위치를 영화에서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 증거다. 황장엽에 대한 루머들 역시 곳곳에 숨어있다.
이 영화는 일종의 블랙코미디 계열이다. 배우들의 말투, 행동, 설정 등에서 잔잔한 웃음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웃음 끝이 쓰다. 이 영화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이 영화의 주제는 '남북 대치 상황의 우스꽝스러움'이다. 일견 고답적이고 추상적이 되어, 관객의 어깨와 머리를 짓누를 수도 있는 주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적절한 테크닉을 통해 그 부담을 피했다.
극장을 나서며, 극장 외벽에 붙은 대형 현수막을 바라보며, 먹먹했다. 이 우스꽝스러운 영화를 보고서는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가슴을 짓눌렀다. 눈물 같은 것도 조금 나는 것 같았다. '뒷맛이 쓴 웃음'을 선사해 준 이 영화, 볼만 하다. 누군가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권해 줄 것 같다.■('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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