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DVD. 나홍진 감독 작(2010).
실망이다. '황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아서 꽤나 기대했는데, 기대 이하다. 연변을 배경으로 한 씬이 몇몇 등장하기는 하지만 장식적일 뿐이다. 주 무대는 한국 땅이며 그 땅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저 '복수'의 연속으로, 식상하다.
사회문제인 '조선족' 문제를 거론했다고? 대체 영화 어디에서 조선족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가. 전무하다. 조선족 문제라고 영화에서 드러나는 것이라고는, 구남이 한국으로 돈 벌러 간 부인 찾으러 간다는 것. 그리고 그 부인이 한국에서 무참히 살해된다는 것. 그것이 전부다. 이걸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나? 고발이라고 할 수 있나. 피상적으로 그려진 사회문제는 고등학생의 입시 논술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안 하느니 못 하고, 하느니 상처를 준다.
뒤로 갈수록 '구남'의 복수극에만 집중되는 것도 문제점이다. 긴밀하게 전후의 스토리가 연결되어 유기적 덩어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피상적인 '복수의 영상화'에만 머물러있다. 피가 튀고, 손가락이 잘리고, 사시미에 찔리는 장면이야 무수하게 보아오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연변 사투리가 조금 어색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연변 사투리를 제대로 들은 적이 없으므로 배우들이 딱히 어색하다고도 할 수 없다. 어리숙한 듯하면서도 살기를 몸에 지닌 '구남' 역을 맡은 하정우는 훌륭히 연기를 소화해냈다. '면가' 역의 김윤식 역시 일품이었다. 어색함이 없이 훌륭했다. 좀 더 완성도 높은 영화에서 다시 보길 바랄 뿐이다.■('1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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