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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사각형

[영화] 나비야, 나비야 - <비몽>(김기덕)


 



 

어렵사리 DVD를 구해서 봤다. 나는 소위 '김기덕 빠'를 자칭하는 부류는 아니지만, 관람 이력을 돌이켜 보면 난 어쩔 수 없는 김기덕 빠돌이인 모양이다. 김기덕의 영화는 유별나고, 개성있고, 매력적이며, 심각한 듯 심각하지 않다. 감독의 이름을 가리고 관람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초반 20분이면 충분히 '김기덕'을 떠올릴 만큼, 그는 독특한 자기세계를 구축했다. 그것이 내가 그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은 달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네이버 누리꾼 리뷰 등에서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하나 제시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인데,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듯싶기 때문이다. 이것을 따라 가다 보면 자연스레 무언가가 보인다. 그것이 '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애당초 답을 숨겨놓은 이상, 그것을 명확히 발혀낼 방법도 이유도 없다. 그저 '느끼면' 된다.
 
그것은 바로 '나비'이다. 영화 곳곳에서 '나비'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작위적으로 보일만큼 의도적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배치는 계산되었고, 나비는 날아다닌다. 혹은 형상으로 걸려있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가. 그래, '호접몽'이다. 장자의 그 유명한 일화가 있지 않은가. 장자가 자다가 일어나 이런 말을 했다는.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그것만 기억하면 이 영화는 의외로 쉽게 풀려버릴지 모른다.■('1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