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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사랑한다는 것 -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생은 생을 비춘다. 너는 나의 거울, 나는 너의 거울이다.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독고다이는 비루하다. 홀로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 그 도그마는 필연적으로 붕괴를 앞두어야 한다. 생이 생을 비추고, 네가 나를, 내가 너를 비추는 그 인드라망 속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사람다워진다. 그렇다면 제각기 존재하는 각인들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는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에밀 아자르의 소설 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어찌 보면 진부한 답이다. 사랑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하지만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 사랑을 글자로 익힌 사람들은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은 에밀 아자르가 간파한 생이라는 것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랑’이라.. 더보기
[서평] 대신 써준 자서전이었다! -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이기호) 대신 써준 자서전이었다! 이기호의 소설집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 단편 「원주통신」과 「수인」을 중심으로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전 S대 학생입니다.”라고 하면 “어떻게 믿어요? 그럼 재학증명서를 떼어 오세요.”하는 게 내가 사는 세상이다. ‘구술’만으로는 나를 증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이십대가 되던 순간부터 증명서 뗄 일이 참 많아졌다. 그 증명서들이라는 것이 각기 이름만 다를 뿐이지 기실 그 구실은 ‘내 신분 증명’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주민등록증이 대표적이다. 그곳엔 내 고등학교 시절 얼굴과, 숫자화 된 나의 좌표와,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지문과, 거주지의 이동 경로 등이 빼곡하게 새겨져있다. 거기에는 내 성격,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걸었던 길의 의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