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

퀴즈쇼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2-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이십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아...

글쓴이 평점  

---

"내 얘기 같다."

이 책을 읽은 이십대 태반의 목소리다. <퀴즈쇼>는 시종일관 직설적이다. 이십대의 '아름다움'이라는 허위 이면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드러내는 김영하의 작업술이다. 그러므로 읽는 이십대로서는 공감이 쉽다. 그러니 스물일곱의 고학력 백수 민수에게 독자가 제 자신을 이입하는 일 또한 쉬워진다.

원래 공감대는 치유의 시작 아닐까?

공감을 체험하는 이십대는 내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마련이었던 거다. 누구에게도 공감 받지 못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뜬구름 같은 책임회피형 충고나 들어야 했던 이십대가 "나도 그래!"하는 민수를 만나면서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것을 죄라 할 수 있을까?

이십대를 이해하고 싶은 非이십대 분들에게도 권할만한 (장편)소설이다. 물론 非이십대에게 소설 속 민수는 좀 답답한 구석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십대 태반이 그 인물에게 공감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 일독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민수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나'의 가치를 발견한 건 사랑하는 연인 클로이였고(물론 1년도 되지 않아 파국으로 치닫지만), <500일의 썸머>에서 결론이야 어찌되었든  '나'의 가치를 발견한 건 썸머였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니 그것은 미뤄두고서라도 민수에게는 지원이라는 연인이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끝바닥까지 파멸하지 않았다. 그뿐이다.

524페이지에 이르는 이 긴 소설의 결말은 결국 독자에게로 돌아왔다. 작가는 괄호를 열어두고 그 결말을 독자 즉 우리가 채우도록 은근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민수에 공감대를 느꼈던 이십대라면 이제, 민수 그 다음을 상상하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