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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사각형/책을 벗기다

[서평] 찌질한 삶에 대하여 -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찰스 부코우스키)


쿨하고, 경쾌하다. 이 소설은 정신착란, 섹스, 술, 마약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소설이지만 소설이란 장르의 구심을 벗어나려 한다. 아니, 벗어나든 하지 않든 신경 쓰지 않는다. 소설은 모든 '구습'들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무신경함 위에 서있다. 소설은 그러므로 쿨하고, 경쾌해질 수밖에 없다.

작가 찰스 부코스키는 1994년 타계했는데, 그의 묘비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졌다고 한다.

"Don't Try."

해석하자면, "애쓰지 마라!" 정도가 될까. 그래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론가 '편입'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가 성공과 돈과 명예와 사랑에 집착하는 것이나 정신착란과 섹스와 술과 마약에 집착하는 것이나 모두 '집착'아니던가. 모두 제정신은 아닌 상태다. 더하면 더했지 어느 쪽도 '중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리어 이 '중도'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패배자', '낙오자'로 낙인 찍어 벼랑 끝으로 내몰며 '집착'이라는 걸 포기할 수 없는 구조를 공고하게 한다.

부코스키는 이 엄중한(?) 태세에 대해 가볍게 비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