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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사각형/공연&전시

[뮤지컬] 춘향전, 뮤지컬이 되다 - <미소>

 

v.춘향전과 뮤지컬이 만나다!

 

한국의 대표 '로맨스 서사물'하면, 단연 '춘향전'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춘향과 몽룡의 그 이상향적 사랑, 학도라는 전형적 반동인물의 훼방, 그러나 그러한 역경에도 다시 성취되는 사랑이라는 전제는 서구 문예 이론에서 말하는 '로맨스'에 맞닿아 있다. 다소 전시대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그럼에도 '춘향전'은 21세기가 시작된지 10여 년이 넘은 지금에도 뭇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사랑에 대한 인간지사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은 변해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은 변할 수 없다. 인간을 사랑할 존재, 사랑을 보편으로 하는 존재다. 수 백 년 전부터 전래되는 몽룡과 춘향의 사랑은 그래서 시공을 초월하고야만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동시대적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은 국경까지도 초월해버린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춘향전'은 세계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언어와 전달 형식이다. 춘향과 몽룡이 '사랑'이란 인류 보편의 카테고리 안에 묶이고 가슴 찢어지도록 애절하더라도 '언어'를 통하지 않는다면 한국인 이외의 사람들과 공유하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어떻게 전달하는가'하는 매체의 문제도 중요하다.

 

정동극장에서 기획하는 <미소>는 이러한 고민을 단박에 해결한다. 우선 첫째 '언어'의 문제는 언어 그 자체를 지워버림으로서 해결했다. 또, 두번째 '형식'의 문제는 여러 현대 예술 장르 중 '뮤지컬'을 택했다. 전자와 후자를 결합하여 하나의 해결책으로 정리하면 "언어 없는 뮤지컬"이 되는 것이다. 정동극장의 <미소>는 춘향전을 모티프로 한 넌버럴 뮤지컬이다.

 

 

 

v.<미소>의 뜻은?

(자료출처 : 정동극장 홈페이지)

 

 

한마디로, "한국 춤, 국악, 풍물 등이 혼합된 형태의 전통예술공연에 '춘향전'이라고 하는 스토리를 부가함으로서 <미소>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가'다. '춘향전'이라는 스토리는 말 그대로 '스토리'이지 결국 이 뮤지컬의 주요한 기능은 한국전통예술의 공연 그 자체에 있다.

 

 

v.신명 나는 놀이로서의 뮤지컬 <미소>!

 

한마디로, 신명 난다. 공연 시작부터 정신이 없다. 그 이유는 첫째가 신명을 끓어오르게 하는 풍물, 묘기 등이며 두 번째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비매너 때문이었다. 후자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고 싶다. 한국전통예술 공연인만큼 외국인 관람객이 상당수였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많은 객석을 차지한 중국인 관람객들은 공연 도중에서 웃고 떠들었으며, 심지어 배우의 연기를 큰 소리로 비웃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연에의 몰입을 방해 받기도 했다. 관광객 유치도 좋지만 그들의 행동이 한국인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음을 교육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설하고- 공연은 정말 신명 난다. 무대의 시작은 사당패의 여러 공연이다. '상모 돌리기', '원반 돌리기' 등과 '관객의 참여도 유도'해낸다.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기 전의 워밍업인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무대로 올라간 관객이 '중국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배우들은 중국어 한 마디 하지 않고 이들에게 쟁반을 돌리게 하고 던지게 하고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게까지 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배우들은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동작과 표정으로 사람들을 움직였다. 이것이 바로 앞서 말한 '넌버럴' 공연의 장점이다.

  공연 내내 '춘향전' 스토리를 중심으로 해서 이른바 '한국 전통 예술'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판소리, 춤(삼고무 등), 타악기 연주, 사물놀이 등이 말이다. 정동극장에서는 <미소>를 "한국 전통 뮤지컬"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판소리, 타악기 연주, 사물놀이 등 즉, '뮤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뮤지컬'이어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뮤지컬'이 아니다.

  서구의 '뮤지컬'이 배우의 '노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이라면, <미소>는 한국 전통 공연 예술을 종합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춘향과 몽룡 역시 춤꾼이다. 그들의 애절한 사랑 얘기는 '뮤지컬'을 닮아, 춤으로 승화된다.

  <미소>는 신명나는 놀자판이다.

 

 

 

v.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이어지는 신명!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빠져나왔는데, 배우들이 광장에 나와있다. 이때부터 관객-배우 간의 신명 나는 놀자판이 벌어진다.

 

 

 

 

 

 

v.그러나 아쉬웠던 점

 

<춘향전>이라는 한국의 고전서사는 부차적인 것이 되어 있다. 그저 여러 공연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공연명을 <미소>라 했는지 모르지만, 그저 '부차적인 것'으로 남겨두기에는 <춘향전>이라는 고전의 존재감이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v.정동극장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