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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사각형/책을 벗기다

하수는 시간을 관리하고, 고수는 공간을 지배한다



디스턴스

저자
이동우 지음
출판사
엘도라도 | 2014-03-04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상대의 무의식을 무장해제시키는 공간의 심리학 최초의 공간관리 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25

인간이 관계의 동물이라는 건 상식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우리는 다른 사람을 원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므로 이 지상에는 수없이 많은 관계들이 무한한 경우의 수를 두고 확장한다. 그러나 그 '관계 맺기'가 언제나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관계 맺기'에 대한 고민은 비단 지금/여기의 우리만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는 아니다. 성경, 논어, 맹자, 명심보감, 각종 불경 등의 고갱이를 헤집어 보면 다름 아닌 '인간 관계'에 대한 성찰이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인간은 고대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그것에 대한 고민 역시 시작했던 거다.

 

 <디스턴스> 북 트레일러 영상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

이 책은 그러므로 흔한 듯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인간 관계'를 단순히 '심리적인 무엇'으로 규정하는 우리의 일반적 생각에 기대지 않고 '물리적 공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문화에는 공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경시하거나 억압하고 분리시키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 감정을 비공식적인 부분으로 돌리며, 자신의 공간을 차지했다고 화를 내는 모습에 스스로 죄책감을 갖는다." (p.166)


우리는 '너와 나의 마음'을 중시하면서도 그 사이에 놓인 물리적 공간을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모른 척'해왔다. 이 책은 우리 몸이 분명하게 알고 있으나 우리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무시하고 있는 이른바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에 주의를 기울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완전한 관계란 공간과 심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때 좀 더 완전해진다는 얘기인 것이다.

 

p.153

 

 

읽어 볼만한 책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일단 문장의 교통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 보였다. 심리적 작용과 공간적 작용에 대한 문장들이 분별없이 섞여 있는 듯싶었고, 뻔한 얘기를 반복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느낌들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은 고자누룩해진다.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사례를 제시하고 일견 전문적인 부분도 전반부보다는 많이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처세 관련 서적으로 분류하고 싶다. 이따금 처세 관련 서적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이 '처세' 자체가 아니라 '처세 관련 서적'을 표방하는 책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볍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이 필요하다. 관념이 아니라 구상을 제시할 수 있는 그래서 실전(인생)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그런 내용 말이다. <디스턴스>는 그런 면에서 반반이다. 그러나 '반이나 있다'라고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