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의 사각형/CM Review

[광고논평]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현대카드 : 멘토 편], 2012년 12월 3일~

 

청춘은 노스탤지어다. 흔히 청춘은 젊고 정력적이며 신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건강하고 긍정적이라는 관념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에피스테메(Episteme : 푸코가 말한,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무의식적 인식 체계. 에피스테메는 가치 판단의 준거이자, 선악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의 너머에는 무시무시한 시선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을 나는 질투, 시기, 분노라고 부르고 싶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청춘 아닌 세대'의 감정이다. 요컨대, 우리가 '청춘'이라고 호명하는 그 어떤 것은 사실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청춘 아닌 세대'가 가상으로 만들어 놓은 노스탤지어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담론은 무의미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호명하고 있는 청춘이란 앞서 말한 '청춘 아닌 세대의 노스탤지어' 즉, '텅 빈 세대' 혹은 '텅 빈 자리'이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식의 담론은 사실 청춘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고 '청춘 아닌 세대'에게 안도감을 줄 뿐인 것이다. "그래, 나도 그랬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러니까, 너희는, 아파도 돼." 바로 이것일 뿐인 것이다. 이것만큼 무의미하고 무력한 조언이 있을까? 청춘들에게는 지금 진짜 위로 혹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과연 '진짜'는 어디에 있을까?

 

 

현대카드의 진정성 있는 진짜 조언 : Make your Rule

 

2012년 12월 3일부터 온에어되고 있는 현대카드의 [멘토 편] 캠페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갖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담론에 담긴 함의를 꿰뚫고 있다. 이 광고의 기획의도는 이렇게 말한다. "힘든 젊은이들은 롤모델을 찾는다. 누군가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고, 누군가는 저렇게 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찾으려 하고 자신에게 적용하려고 애쓴다. 자신만의 철학을 연구하기보다는 남의 철학을 베끼기에 급급하다."라고 말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속에서, 청춘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는 멘토를 자처하거나 그 자리에 추존된 인물, 기업 등이 무수하게 많기 때문이다. 또 그 멘토들 역시 자신이 처한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멘토를 찾지만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청춘인 것이다. 게다가 그들을 거두고 이끌어 줘야 할 기성세대마저 삶에 치여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무의미한 허사만 남발하고 있는 현실 아니던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현대카드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조언을 찾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획의도도 말한다. "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연사들이 흔히들 말하는 ‘당연한 말’이 아닌 현대카드만 할 수 있는 이야기. 괴로워하고 고민만 하다가 청춘을 낭비하고 있는 그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광고에서 하고 싶다고 말하다. 그들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이러한 목소리가 단지 상업적 목적에서 포장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대카드는 카드사 최초로 콘서트와 스포츠매치를 통해 문화마케팅을 전개한 바 있고, 자체 폰트를 디자인하여 사용하기도 했으며, 알파벳 순으로 카드를 분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Rule의 주체로서의 고민을 많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 "Who Makes the rules?"이라는 현대카드의 지난 캠페인 슬로건을 통해서도 그런 면모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현대카드는 항상 새로운 판을 스스로 짜고, 스스로 룰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Rule Maker로서의 현대카드는 자신을 기준으로 한 자신들만의 색깔로 국내 카드 2위 자리를 단박에 차지하고야 말았던 것에서도 그 과감한 행보의 결과가 어떤 것이지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대카드가 내놓은 진짜 조언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스스로 룰을 만들어라 Make your Rule"였다.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남의 룰에 충성하지 말고 스스로, 스스로 룰을 정하고 나아가라. 바로 그것인 것이다.

 

 

Make your Rule.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노력은 쓰고, 결과는 달다고? 나는 이 논평을 마치며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의견을 인용하고 싶다. "너희들이 진입하고 싶어하는 세계는 그들만의 문화가 2~3대에 걸쳐 누적되면서 단단하게 굳어 폐쇄적으로 변한 곳이다." 그 단단한 세계를 깨는 방법은 간단하다. Make your Rule. 네 스스로 룰을 창조하고 실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