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논평] 그래, 카누!

국민 음료가 된 커피, 그러나

  커피는 이제 국민 음료가 됐다. 구한말, 한자 식으로 음차해 '가배'라 불리며 광무황제(고종)에게 애용되었던 '그들만의' 기호식품은 이제 명실상부한 '만백성'의 음료가 된 셈이다. 사실 일부 커피믹스 등을 제외한 이른바 '전문' 커피(커피전문점 커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치품'으로 분류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몇 해 전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된장녀' 사태(?)는 결국 커피전문점 커피를 마신다는 즉, '사치'한다는 사회적 공분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근래와 같은 커피의 전격적 대중화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수밖에 없다.

  커피전문점은 우리 삶의 틈새들을 전략적으로 파고들었다. 그 결과로 커피에 대한 수요와 커피전문점의 양적 확장은 동시에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커피의 대중화는 커피전문점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커피전문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비싸다'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 하는 것 같다. 아메리카노가 '별 것 아니고' 에스프레소에 물을 잔뜩 부은 것에 불과하다고, 카페라떼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섞어넣은 것에 불과하고, 바닐라라떼는 카페라떼에 바닐라시럽을 첨가한 것에 불과하다는 등 커피에 대한 지식이 확장된 것도 소비자들의 인식이 더욱 굳어지고 있는 이유다. 커피가 대중화되었다는 건 그것에 대한 지식도 상식이 되었다는 뜻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커피값은 여전히 비싸다.

그럼에도 커피전문점에 간다. 왜?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커피전문점을 찾을까? 첫째는, 커피 그 자체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만남과 휴식의 장소로 최적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누군가와 약속을 잡거나 여자친구와 잠시 바람을 피해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스터디를 하거나 혼자서 공부를 하거나 누군가를 기다릴 때, 커피전문점만한 곳이 또 있던가? 향긋한 커피향, 영혼을 녹이는 재지한 음악, 패스트푸드점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편안한 좌석……. 비싸지만 가게되는 첫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은연중에 커피값에는 그러한 '만남과 휴식의 장소에 대한 사용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감내'하는 것이다.

  둘째는 '가치의 전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들 수 있겠다. 한 마디로 커피전문점이 갖고 있는 가치-아마도 '브랜드 가치'와 비슷할 것 같은데, '도시적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하고 있는 듯보인다-를 자신에게 덮어씌워지길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서, 비싸지만 가게되는 동기가 되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조금 우습긴 하지만 '비싸다고는 하지만, 절대적 비용의 차이는 감내할 만 하다.'라는 인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즉, 대략 1,000원짜리 편의점 캔커피를 사먹으나 3~4천 원 대의 아메리카노를 사먹으나 상기한 첫째, 둘째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다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인식이 소비자 저변에 깔려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커피만 마시고 싶다면?
  공간이고, 힐링이고, 가치고 필요 없고 단지 커피전문점 같은 커피만 마시고 싶다면? 커피만 마시고 싶은데도, 그 '사용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일까? 가치니 뭐니 복잡한 개념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일까? 3,000원 정도야 감내할 수 있는 비용이라지만, 그래도 억울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사실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커피를 전문점과 같이 내려먹는 일은 번거롭거나 혹은 왠지 기술을 요하는 듯보이는 일이다. 그러므로 커피전문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상기한 여러 '포함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커피만 이용하려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면 또 다시 '비싸'라는 인식이 고개를 쳐들 것이다.

그래, 카누!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캐치한 인사이트가 카누 광고 시리즈 안에 담겨있지 않은가 싶다. 카누가 초창기 때부터 사용한 카피 즉,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카누"는 이러한 광고 목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혹시 눈치 채셨는가? 카누가 타겟으로 정한 경쟁 상대는 여타의 인스턴트 커피가 아니고 전국의 '커피전문점'들이다. 공간, 분위기 따위 등 대한 사용 비용을 제하고 순수하게 커피전문점 같은 '고급 커피'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카누"는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모델의 한 몫
  또한 카누 광고 시리즈는 모델을 잘 선택했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로 '커피전문점 오너'라는 이미지를 굳힌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공유'가 바로 그 모델인데, 카누 TV광고 시리즈는 드라마 속 공유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다. 흰색 셔츠에 검고 슬림한 타이, 허리에 묶은 검은 앞치마 등의 입성도 똑같다. 나는 공유가 이 광고에 한 부분에 대한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물론 남자인 내가 봐도 공유는 멋있다.

 

특히, 이번 [햇살 좋은 날] 편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에 대한 적극적 반영이 이루어진 듯하다. 모델 공유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읽히기 때문이다. 콘셉트를 데이트로 하고 공유의 미소를 보다 부각하여 여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고 한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효과는 성공적인 듯싶다. 여성 소비자 뿐만 아니라 남성 소비자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카누
카누 광고를 계속 플레이해서 보다보니, 문득 커피가 당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나도 한 번 가져볼까? 그래, 그거야, 카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