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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 사각형/CM Review

[광고논평] 인피니티 M30d : 럭셔리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편

다르다. 이것만은.

국내 자동차 광고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제품과 그 제품을 생산해낸 기업은 제각각이지만, 광고는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계열의 제품들-예를 들어, 세단, SUV 등과 같은 분류-은 서로 다른 제품을 서로 다른 광고에 바꿔 끼워넣어보아도 어색하지 않을 지경인 것이다. 그래서 난 국내 자동차 광고에 대해 "취업준비생의 흔한 자기소개서 같다."라는 평을 많이 한다. 취업준비생 치고, 열정 없는 사람 어디 있으며, 성실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고, 대인 관계 원만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삶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을까.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그저 그런 자기소개서에 실망하는 것과 같이 소비자들은 그저 그런 국내 자동차 광고에 별 흥미를 갖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광고는 다르다. 바로, <인피니티 M30d>의 <럭셔리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편이다. 이 광고는 흔하고 흔한 자동차 광고와는 명백한 차별성을 갖는다. 그리고 그 차별성 때문에 '럭셔리'라는 식상한 단어도 힘을 갖게 된다. '럭셔리'라는 주어에 이끌려 나온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라는 카피는 소위 '새 날리지' 않는다(관념적이지 않다!). 소비자 곁에 딱 버티고 서서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에 성공한다. 광고가 소비자를 압도하는 것이다.

 

 

 

물소 떼와 사냥하는 백수의 왕

 

광고가 시작되면 시청자는 잠시 혼란에 빠진다. 귀로 인지하는 것과 눈으로 인지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귀로는 물소 떼의 거대한 질주하는 울음소리가 포착된다면 눈 앞에서는 무생물인 자동차의 질주가 이어지는 것이다.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아주 잠시 혼란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도리어 이 때문에 광고의 몰입도가 상승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상상할 것이다. "그래, 이번에도 물소 떼가 출현하겠지. 식상하게."하고. 물소 떼가 아니어도 좋다. 야크 떼여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상상 가능하다는 범주에서 방점이 찍힌다.

 

 

그러나 <인피니티 M30d>는 그 '상상 가능'의 범주를 보기 좋게 배반한다. 광고가 중반에 이르면 검은색 자동차 사이로 흰 자동차(흑백의 효과적인 색채대비!)가 질주하고 있음이 분명해지는데 눈치 빠른 소비자라면 벌써 이 부분에서 알아차렸을 지도 모른다. 흰색차의 소리는 검은차의 그것과 역시 다르다. 그건 사자의 포효다. 멀리서 늠름히 먹이를 정하고 질주하는 백수의 왕이다. 여기서 검은색 차들(얼핏 보아도 수십대 정도로, 방사형으로 편대를 이루며 뻗어나간다. 중심에는 흰색 인피니티 M30d가 있다.)은 물소 떼다. 여기서 광고 초반의 의문점은 해소된다. 검은차의 '무리' 그 특색 없는 '전체'는 질주하는 '물소 떼' 즉, '다수결'의 세계였던 것이다. 그럼 홀로 달리는 흰색차는? 그 검은 물소 떼를 방사형으로 가르며 앞서 나가는 그 주인공은? 백수의 왕, 사자의 울음소리를 내며 달리는 그 흰색차는? 다름 아닌 인피니티 M30d다.

 

 

광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다수결'의 세계, 검은 물소 떼의 세계를 뚫고 최전방으로 '앞서 나간' (백수의 왕) 인피니티 M30d는 검은차의 무리의 '우두머리'를 가로 막고 선다. 성단 물소 떼의 우두머리는 전방 라이트를 끔뻑이며 씩씩대지만, 늠름한 이피니티 M30d에 저항하지 못 하고 멈춰선다. 우위는 결정된 것이다. 무리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우위'인 존재.

 

 

카피가 흐른다.

 

"럭셔리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인피니티 M30d 디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30초의 광고지만, 몰입해서 본 소비자라면 한 편의 영화를 보고난 여운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 본 논평은 tvcf.co.kr에서 '9월 우수논평'으로 선정되었습니다.(12.9.28)

http://www.tvcf.co.kr/AdZine/View.asp?Idx=5732&Pag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