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의 사각형/CM Review

[광고논평] 메시지는 분명하고 반전의 감동이 있으며 제품은 또렷하다, 아이패드 에어 런칭 편

TVCF.co.kr 2월 우수광고논평


'아이패드 에어-런칭 편'을 처음 접했을 때 나도 모르게 '와~'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감탄사에는 아무런 의심이나 조롱의 의미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야말로 부지불식 간에 튀어나온 놀라움이었다. 흔히 '좋은 건 누구에게나 좋다'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그건 이 '아이패드 에어-런칭 편'을 두고 한 얘기였는지도 모른다. 투박한 연필 한 자루와 지극히 단순한 영상 그러나 놀라운 반전을 통해 분명하게 들리는 메시지. 그 가운데 위풍당당 그 존재를 드러내는 제품까지. 이 논평은 바로 그, 긴장을 끝까지 밀어 올리다 마침내 클라이맥스에서 놀라운 깨달음을 선사하는 '아이패드 에어-런칭 편'에 대한 이야기다.


애플이기에 가능한 광고
아무리 광고가 소비자에 대한 포지셔닝(Positioning)을 다루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수긍할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소비자 인사이트를 터치한다는 건 결국 소비자가 '이미 갖고 있는 세계관'을 건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드가 러브마크가 된 뒤라면 '어떤 말을 해도 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가 아닌가. 그것이 조금 과장이라고 하더라도 애플만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혹은 소비자의 명확한 이미지가 형성된 경우라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정도 용이해지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아이패드 에어 - 런칭 편' 같은 광고는 그런 명제를 여실히 증명하는 경우일 것이다. 이 광고의 포맷을 애플이 아니라 다른 기업이 했다면 어땠을까? 비웃음을 사거나 혹은 본래 해당 브랜드가 갖고 있던 브랜드 이미지와 어긋나 무시당했을 것이다. 나부터 이 광고를 보고 입속의 모래알처럼 찝찝하고 버석거리는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는 건 알게 모르게 내 안에도 애플의 브랜드가 이미 분명한 이미지로 형성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필, 그 안에 담긴 거대한 의미를 캐치하다
'연필'. 지우개 달린 연필이 특허를 받은 건 1867년의 일이었고, 지금과 같은 연필의 형태가 처음 등장한 건 '18세기' 무렵이었다고 하는데 그 안에 담긴 거대한 의미를 우리는 잊고 있지 않았던가? 저 작은 도구 하나에서 문학이, 음악이, 과학기술 등등이 시작되었다는 그 사실 말이다. 애플-정확히는 대행사이겠지만-은 이 '연필'에 담긴 그 거대한 의미를 캐치해냈다. 사람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이미 '연필'이라는 그 지극히 심플한 포커스-광고는 이 연필 이외의 것에는 포커스를 놓아버렸다-에 인간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는 것이다. 광고 초반부가 새 날리지 않고 뭔가 '매력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일 거다. '대체 뭘 보여주려는 거지?'하고 넋 놓고 바라봤던 본인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광고의 본질은 '제품'
여기까지였다면, '아이패드 에어-런칭 편'은 광고가 아니라 '연필'에 대한 하나의 아포리즘이거나 짧막한 다큐멘터리였을지 모른다. 광고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제품'에 닿아있어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아이패드 에어-런칭 편' 광고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드라마라는 점은 곧 드러난다. 연필 뒤에 숨겨놓았던 '제품' 즉, 이번 광고의 핵심인 '아이패드 에어'를 등장시킨 것이다. 지금까지 연필에 대한 것인 줄 알았던 모든 이야기가 아이패드와 교차되며 순식간에 제품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애플이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사이트와 제품이 하고 싶은 얘기이 만나고 심지어 '얇다'라는 USP까지 어떠한 설명 없이 드러낸다. '숨겨놓았다가 드러난다'라는 점에서 '런칭'의 의미도 담고 있어, 생각하기에 따라 수 많은 의미가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의미 하나 '제품'이란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광고가 탐나는 광고주는 '브랜드'부터 러브마크로 만들어야
나는 과감히 말할 수 있다. 제품을 드러내려면 '아이패드 에어-런칭 편'처럼 드러내야 한다고. 무턱대고 제품 그 자체를 소비자 앞에 '들이댄'(?)다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사이트'를 무시한 채 '하고 싶은 얘기'만 한다고 광고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이 광고가 탐나는 광고주라면, 광고가 아닌 브랜드를 탐내야 할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브랜드는 모든 것'이다. 브랜딩이 확고한 러브마크로서 소비자 마음 속에 차별적으로 포지셔닝 될 수만 있다면 모든 문제는 수월하게 해결되어 나갈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광고가 가능하게 하는 건 브랜드의 문제이지 광고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메시지는 분명하고 반전의 감동이 있으며 제품은 또렷하다

'아이패드 에어-런칭 편'은 앞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는 광고가 될 것이다. '인문학적으로 광고'해야 한다는 명제가 (마르크스 앵겔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령처럼 광고계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한 광고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말이 너무 많았다. '좋은 건 누구에게나 좋은 거'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싶다면 이 광고를 한 가지 대표 사례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좋은 거 앞에 많은 말은 별로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