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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사각형

[영화] 인도영화 시사회에 다녀오다 - <스탠리의 도시락>(아몰 굽테) * 스포일러 없습니다. 그 바깥의 감상뿐입니다. * 2012년 2월 28일(화) 동대문 메가박스 시사회  인도영화는 낯설다. 내 머릿속엔 그저 (2007)의 순진무구함 그리고 흥겨운 리듬의 배경음악으로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신작 인도영화 은 내가 기왕에 갖고 있던 인도영화에 대한 편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유치하고 성근 구성에 코웃음이 나다가도 그 끝간데 모르는 발랄함과 경쾌함에 빠져들고 만다. 이 영화, 정말 단순한 구성이지만 보는 내내 흥겹다.  영화는 영화의 주제마저 직접 입으로 말해준다. 그 말은 영화음악 속에 있다. 영화 초반부, 스탠리가 점심을 거르고 수돗물을 퍼마시고 있는 장면에서 영화는 이렇게 노래한다. "불쌍한 스탠리. 세상에 또다른 .. 더보기
[영화] 안팎에서 깨려는 자들! - <줄탁동시>(김경묵) * 이 포스트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원론적 해석이 있을 뿐입니다. 줄탁동시[ 啐啄同時 ] 닭이 알을 깔 때에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 함.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하여지므로 師弟之間(사제지간)이 될 緣分(연분)이 서로 무르익음의 비유로 쓰임. 啐는 ‘쵀’나 ‘줄’.啐啄同幾(줄탁동기). - 네이버 지식백과 * 안과 밖의 쪼임이다. 쪼는 것이다. 무엇을 쪼는가? 알이다. 알은 대한민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다. 게이는 안에서 깨고자 하는 자다. 탈북소년은 밖에서 들어오고자 깨고자 하는 자다. 영화에서 현은 게이다. 준은 탈북소년이다. 현은 '소수자'로서 사회의 장벽을 허물려하고, 준은 탈북소년으로서.. 더보기
[영화] 진짜 관계란 무엇인가? - <소셜네트워크>(2010) 이 영화는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평가의 향방이 결정될 것 같다. 범박하게 그 시선의 종류를 결정하자면, 하나는 '미학적 관점'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의성'이 될 것 같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미학적 관점'에서 이 영화는 큰 점수를 줄 수 없다. 일종의 '법정 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영화는 그 구성이나 편집면에서 우리나라의 인기 TV프로그램 '사랑과 전쟁'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배우의 연기'가 미학적 요소에 포함이 된다면, 주인공 역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의 연기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극단적 좌뇌형 인물'이 주인공의 캐릭터라면, 아이젠버그는 그것을 충실하고도 소름돋게 연기해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것은 추켜세울만한 것이 없다. 그러.. 더보기
[영화] 나비야, 나비야 - <비몽>(김기덕) 어렵사리 DVD를 구해서 봤다. 나는 소위 '김기덕 빠'를 자칭하는 부류는 아니지만, 관람 이력을 돌이켜 보면 난 어쩔 수 없는 김기덕 빠돌이인 모양이다. 김기덕의 영화는 유별나고, 개성있고, 매력적이며, 심각한 듯 심각하지 않다. 감독의 이름을 가리고 관람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초반 20분이면 충분히 '김기덕'을 떠올릴 만큼, 그는 독특한 자기세계를 구축했다. 그것이 내가 그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은 달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네이버 누리꾼 리뷰 등에서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하나 제시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인데,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듯싶기 때문이다. 이것을 따라 가다 보면 자연스레 무언가가 보인다. 그것이.. 더보기
[영화] 연기는 일품 그러나... - <황해>(2010, 나홍진) 집. DVD. 나홍진 감독 작(2010). 실망이다. '황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아서 꽤나 기대했는데, 기대 이하다. 연변을 배경으로 한 씬이 몇몇 등장하기는 하지만 장식적일 뿐이다. 주 무대는 한국 땅이며 그 땅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저 '복수'의 연속으로, 식상하다. 사회문제인 '조선족' 문제를 거론했다고? 대체 영화 어디에서 조선족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가. 전무하다. 조선족 문제라고 영화에서 드러나는 것이라고는, 구남이 한국으로 돈 벌러 간 부인 찾으러 간다는 것. 그리고 그 부인이 한국에서 무참히 살해된다는 것. 그것이 전부다. 이걸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나? 고발이라고 할 수 있나. 피상적으로 그려진 사회문제는 고등학생의 입시 논술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안 하느니 못 하고, 하느니 상.. 더보기
[영화] 김기덕 '류'의 영화 - <풍산개>(2011, 전재홍) 대한극장('11.7.1). 전재홍 감독, 김기덕 각본. 전재홍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좀 더 대중과 친숙해진) 작품이라고 한다 해도 무리는 없을 듯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흠이야 많겠지만 그 자체로 '김기덕 류의 영화'라고 규정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관람평이 되겠다. 소설로 치자면 일종의 알레고리 형식을 취했다. 만화적 상상력이 가득하고, 현실성은 부재하지만 그 가운데 울림이 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이 작품이 상징하는 바를 고도의 알레고리화를 통해 제시한다. 그에 앞서 제시된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설정들은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의도적으로 조성되고 배치된 것들임이 증명된다. 또 한편으로는 실제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황장엽의 일화가 그것이다. '망명 남자'.. 더보기
[영화] 누가 누구를 비난하는가? - <악마를 보았다>(2010, 김지운 감독) * 직접적인 스토리는 제시되지 않습니다. #. 비난 비난 일색이다. 이 영화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평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잔인하다. 단지 그뿐이다. 그들의 현장에서 이 영화를 옹호하는 사람은 '고어물 중독자'로 낙인 찍히기 쉽다. 심지어는 '병신', '사이코'라는 원색적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비평 현장의 모습인가? 물론, 내가 목도한 건 전문가가 아니라 네이버라는 일반인들의 공간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라하여 반대를 처단하고 끌어내어 추방해야 하는가? 나 역시, 영화광도 아니거니와 비평가는 더더욱 아니지만, 단지 '잔인하다'라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비난하고 헐뜯고 짓밟는 건 좀 무식하지 싶다. 물론 '잔혹'에 대한 혐오감은 인정한다. 그점은 나도 동일하게 느꼈다. 그러나 영화는 그 '혐오.. 더보기
[영화] 참 못 만든 영화 - <파괴된 사나이>(2010, 우민호 감독) 스포일러 없습니다. 원론적 혹평 뿐입니다. 영화를 본 직후에 깨달았다. 영화는 실패작이었다. 서사와 영상의 미학이 모두 붕 떠, 성글었다. 어느 것 하나 성취되지 못한 영화. 그러므로 영화는 실패작이었다. 김명민의 선 굵은 연기 역시 그 덕에 묻히고 말았다. 예전 어느 시상식에서 배우 황정민이 했다는 말을 곱씹을 대목이다. 다 차려놓은 밥상에 배우는 숟가락만 얹을 뿐이라는 걸. 이 말은 겸손이면서 또한 배우에 대한 자긍심의 표현이었다. 밥상은 차려지되 숟가락을 얹지 않으면 그것 젯밥에 불과하니까. 물론, 그렇다고 숟가락만 가지고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영화와 김명민의 관계가 그러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영화를 상상했다. 집중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근래작으로 , , , , 등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