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의 사각형/책을 벗기다

[서평] 핸드메이드 픽션, 박형서 핸드메이드 픽션 저자 박형서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12-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야기꾼 박형서가 선보이는 21세기판 하이브리드 소설!대산문학상... 글쓴이 평점 1. 환 공포증 이것은 소설의 내용과 무관하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대면했을 때의 느낌 말이다. 이 책이 내 손으로 들어왔을 때 약간의 공포감을 느꼈다. 표지 디자인 때문이었다. 작고 검은 점들이 여럿 모여 표제(='핸드메이드 픽션')를 에두르고 있는 모양이 내 속에 잠재되어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던 것이다. 범박하게 그런 증상을 '환 공포증'이라고 부른단다. 물론 내가 심각한 '환 공포증'의 소유자는 아니다. 오래 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피파개구리(Surinam Toad)를 보며 혐오감을 느껴보긴 했지만, 그건 정상적 사고를 .. 더보기
[서평] 야만인을 기다리며, 존 쿳시 야만인을 기다리며 저자 존 쿳시 지음 출판사 들녘 | 2003-09-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존 쿳시 장편소설. 치안판사는 몇십 년 동안, 자그마한 변경 정... 글쓴이 평점 시인 정현종은 그의 시 「방문객」에서 말한 적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 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 시를 기억하며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이 '소설'을 통해 내게 온다면, 그 소설은 대체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또다시 생각한다. 그것 역시 어마어마한 일이다, 라고.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정현종의 「방문객」을 떠올린 까닭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나는 근 일주일 간 하나의 세계.. 더보기
[문장]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펴냄 | 2000-08-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글쓴이 평점 요시아의 영혼은 이제 고요하게 맑게 개인 한 시간과 한 장소에 잠시 멈춰 서 있다. 뒤쫓던 분이 진짜 아버지든 아머니가 말하는 나를 낳아 주신 신이든 혹은 자신과는 무관하게 우연히 어딘가에서 오른쪽 귓불을 잃었을 뿐인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이든, 그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이미 하나의 신과 같은 거룩한 존재가 뚜렷한 형태로 나타나는 현현이 있었고, 비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건 얼마나 영예로운 일일까.(, p103) 그는 춤추며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그 리듬들의 복잡한 뒤엉킴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갖가지 동물들이 숨은 그림 찾기 퍼즐처럼 보일.. 더보기
[서평] 드라마 시학을 만나다, 박노현 드라마 시학을 만나다 저자 박노현 지음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09-12-28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이야기의 유목, TV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텔레비전 드라마의 미... 글쓴이 평점 텔레비전을 매체로 우리의 시선에 노출되는 형태의 극을 우리는 흔히 '드라마'라고 부른다. 그러나 의 저자 박노현은 이 표현이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틀렸다'라고 말한다. 드라마는 서양의 '극(劇)'을 범칭하는 장르명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드라마(Drama)는 '극'으로 분류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연극 등이 모두 '드라마'에 속한다고 그는 말한다. 'TV 드라마'라는 말도 사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라고 한다. .. 더보기
[서평] 외딴방, 신경숙 외딴방 저자 신경숙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1999-12-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11회 만해문학상 수상작! 자전적 장편소설.한 외로운 영혼의 ... 글쓴이 평점 외딴방의 거울 탈출하기 (여성)작가 혹은 (여성)화자의 자기 발견적 글쓰기에 대하여 Ⅰ. 들어가며 – 여성작가의 여성화자를 통한 글쓰기에 관하여 1990년대 초반의 한국소설을 뭉뚱그리는 말 중 가장 범박한 것이 ‘여류소설’이다. ‘여류문학’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여류소설’은 협의에서는 글자 그대로 ‘여류작가의 소설’을 지칭하는 말이며, 1920~30년대 최초의 근대적 여성문학가(지식인)(김명숙, 나혜석, 강경애 등의 작가가 있다.)가 등장한 이래 명맥을 유지해온 말이다.(1990년대 초반 이후, ‘여류문학’이라는 말은 사라진 듯.. 더보기
[서평] 비 오는 날 등, 손창섭 비오는 날 저자 손창섭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5-0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 현대 문학 100년의 역사를 새롭게 정리하고 원본 및 연재... 글쓴이 평점 필연적이고 우울한 후광 [손창섭 단편소설이 '연극적'으로 읽히는 이유] 쓰지 히토나리(辻仁成)는 단언한다. “작가는 ‘가지고 있는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로 결정된다.”라고. 신형철은 그의 이 말을 인용하며 “매력적인 단언”이라고 했다. 나 역시 그에 대해 동의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손창섭’은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여러 단편소설의 형식을 내 나름대로 분석해 본 결과 그는 ‘필연성’이 무엇인지 아는 작가였다. 신형철은 ‘가지고 있지 않은 작가’는 “라이터(writher)이지 작가(作家)가 아니다... 더보기
[문장] 이별에 관하여, 삼국유사 간밤, 삼국유사를 읽는다. 조신의 이야기다. 전기류 소설을 공부하던 차에 읽게 된 것이지만, 나는 그만 그 안의 문장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紅顔巧笑, 草上之露, 約束芝蘭, 柳絮飄風, 君有我而爲累, 我爲君而足憂, 細思昔日之歡, 適爲憂患所階. 붉은 얼굴과 어여쁜 웃음은 풀 위의 이슬이고, 지난과 같은 약속은 바람에 날리는 버들개지일 뿐입니다. 당신에게 내가 있어 누가 되고, 나는 당신 때문에 마음이 괴롭습니다. 곰곰이 지난 날의 즐거움을 생각하여 보니, 그것이 바로 근심과 걱정의 시작이었습니다. 君乎予乎 奚至此極 與其衆鳥之同餧 焉知如隻鸞之有鏡 寒棄炎附 情所不堪 然而行止非人 離合有數 請從此辭. 당신이나 나나 어찌하다 이 지경까지 왔습니까. 새들이 모두 모여 함께 굶주리는 것보다는 짝 잃은 난새가 거울을 보면서.. 더보기
[서평]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허허당 나는 빛나는 한 지점을 보았다 [서평] (허허당) 아픔이란 건 불현 듯 엄습하기 마련이다. 아픔 없이 살아가는 사람 없고, 외로움 없이 견디는 사람 없을 거다. 나어린 내 눈에도 벌써 세상 삶이 이러할 것인데 구도자의 시선을 통한 세상이란 얼마만큼의 아픔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도리어 우리는 구도자의 시선을 읽고 싶어진다. 결국 자신의 아픔과 외로움 따위의 괴로움을 직시하고 씻어내기 위하여. 그래서인지 서점 매대엔 참 많은 스님들의 책이 나와있다. 대부분 짧고 쉬운 경구를 통해 우리의 아픈 내면을 보듬는 내용이다. 사실 나는 이러한 종류의 책에 대하여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러한 책을 통해 삶을 깨닫는다기보다는 그저 살면서 깨달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했기 .. 더보기
[서평]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 Raymond Carver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 저자 Carver, Raymond 지음 출판사 Vintage | 1989-06-18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In his second collection of stories... 레이먼드 카버는 소위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미국의 소설가다. 그의 문체는 간명하고, 적확하다. 문장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정확히, 보여줄 뿐이다. 그러니 어설픈 감상으로 흐를 염려가 없다. 게다가 고도로 계산된 플롯까지 가세하여 독자를 사로잡아 버린다. 이쯤되니 카버의 '제자'를 자처하는 소설가들도 많다. 잘 알려진 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일본), 김연수(한국), 정영문(한국) 등이 있다. 카버를 추종하는 소설가는 이들 이외에도 부지기.. 더보기
[문장] 회색인, 최인훈, 209쪽 "서양 사람들이 치른 혁명이란 외적을 물리친 무용담이 아니야. 안에서의 싸움, 자기와의 싸움이었어. 우리들의 정치의식은 이걸 혼동하고 있어.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 싸웠다는 것과, 인민의 자유를 위해서 싸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야. 독립된 다음에 왕정을 복고시킨대도 민족의 독립이라는 관점에서는 모순이 없지 않나? 그야 독립지사들이 그렇지는 않았지만 우선 독립이 목표였다는 건 사실이 아닌가? 그러니까 우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역사상 민주주의에 대한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할 수 있어. 어떤 사회를 지배하는 사상이, 그 사회가 역사적 결단(즉 혁명이지)에 의해서 채택한 것이 아니라면 그 얼마나 취약한 건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은 바로 여기 있어. 그러니까 정치를 담당하고 있는 세력이 민주주의에 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