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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사각형

[서평] 섬뜩한 평론 - <몰락의 에티카>(신형철) 신형철은 "기괴함(grotesquerie)이 낯선 것들과의 조우에서 발생하는 미학적 효과라면 섬뜩함(uncanniness)은 낯익은 것이 돌연 낯선 것으로 전화될 때 발생하는 (미학적 효과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효과"(, p.672)라고 했다. 이러한 해석이라면, 나는 늘 섬뜩함 속에 산다. 걷던 길은 낯설어지고, 익숙한 사람들의 이름은 어느 순간 낯설어진다. 너무나도 가깝게 느껴졌던 박성원 존함 세 자와, 박혜경 존함 세 자를 신형철의 책 속에서 마주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내 스승 두 분을 나는 사랑하고, 존경하고, 흠숭한다. 가까이 있되 가까워질 수 없는 경지에 있는 분들이다. 고개를 숙이고 배워야 한다. 각설하고- 신형철이 섬뜩함을 말한 지점은, 편혜영의 소설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더보기
[서평] 장난기의 철학 -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셸 실버스타인) 셸 실버스타인을 모르더라도, 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버스타인은 바로 의 저자로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활용해 우리에게 많은 일깨움을 주던 작가였다. 그는 1999년 작고했는데, 이번에 그의 유고작을 묶어 (살림)라는 이름의 시집이 나왔다. 옮긴이가 김기택 시인이라고 하니, 번역본으로서의 가치도 원작에 비해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 기대할 수 있었다. 책은 내 손보다 조금 작은 크기다. 담고 있는 내용만큼이나 앙증맞다. "Every Thing On It."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손바닥만한 요 책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발칙한 주장이 말이다. 원작의 표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어판만큼은 편집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느꼈다. 저자 셸 실버스타인은 1930년 미.. 더보기
[서평] 사랑한다는 것 -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생은 생을 비춘다. 너는 나의 거울, 나는 너의 거울이다.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독고다이는 비루하다. 홀로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 그 도그마는 필연적으로 붕괴를 앞두어야 한다. 생이 생을 비추고, 네가 나를, 내가 너를 비추는 그 인드라망 속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사람다워진다. 그렇다면 제각기 존재하는 각인들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는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에밀 아자르의 소설 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어찌 보면 진부한 답이다. 사랑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하지만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 사랑을 글자로 익힌 사람들은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은 에밀 아자르가 간파한 생이라는 것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랑’이라.. 더보기
[서평] 사회주의 학자가 바로 본 조선의 역사 - <민중조선사>(전석담) 통일은 반드시 온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래, 갈라진 물길은 언제나 하나의 바다로 흐르는 법이다. 이 민족도 가까운 시간 안에 통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통일을 말하면 '운동권'으로 이미지가 떠오르게 된 적이 있다. 통일은 '운동권'의 캐치프레이즈가 되고 여당의 대표적 구호가 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그래서 통일을 말하는 자에게 '색깔'을 뒤짚어 씌우는가 하면, 심지어 분단을 고착화하려는 식의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다 정치적 이유에서다). 물론, 수많은 우리 국군을 죽인 북한의 공산당이 저주스럽고, 그러한 북의 지도자가 혐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순수한 의미의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인민'들을 아사(餓死)의 낭떨어지로 밀어붙이는, 저 정체불명의 집단을 추악스럽게 여.. 더보기
동국대학교 권장도서 193선 아래 도서는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선정 "동국새내기를 위한 추천도서(총 193권)"(2012년 기준)입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번호 / 도서명 / 저자 / 출판사 / 출판년도 순 1 (살아 있는 날의)선택 유호종 사피엔스 21 2008 2 (소설보다 재미있는)사기열전 사마천 저, 김민수 역 평단문화사 2008 3 (잭웰치 위대한승리)Winning 잭웰치, 수지 웰치 저, 김주현 역 청림출판 2005 4 (칼 세이건)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 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04 5 (한권으로 읽는)빠알리 경전 일아 역편 민족사 2008 6 (한영)보현행자의 서원 광덕 불광출판사 2010 7 (한용운)채근담 한용운 부글북스 2006 8 88만원 세대 우석훈 레디앙 2.. 더보기
[서평] 아동에 대한 성범죄에 대하여 - <빨간 모자 울음을 터뜨리다>(베아테 테레자 하니케) 분명히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드러내기엔 꺼려지는 문제들이 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말이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비화하지 않는 이상 말 그대로 '개인의 문제'에 그친다. 문제는 후자이다. '분명히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드러내기엔 꺼려지는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면 그건 대단한 모순이고 그 자체로 썩은 대들보를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경우다. 방관하는 순간부터 집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성폭력 문제이다.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성폭력이란, 성추행(간접적)과 성폭력(직접적)을 두루 아우르는 말이지만, 우리 사회의 통념상 '성폭력'이라 하면, 후자의 경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 '성 문제'는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 더보기
[서평] 대신 써준 자서전이었다! -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이기호) 대신 써준 자서전이었다! 이기호의 소설집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 단편 「원주통신」과 「수인」을 중심으로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전 S대 학생입니다.”라고 하면 “어떻게 믿어요? 그럼 재학증명서를 떼어 오세요.”하는 게 내가 사는 세상이다. ‘구술’만으로는 나를 증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이십대가 되던 순간부터 증명서 뗄 일이 참 많아졌다. 그 증명서들이라는 것이 각기 이름만 다를 뿐이지 기실 그 구실은 ‘내 신분 증명’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주민등록증이 대표적이다. 그곳엔 내 고등학교 시절 얼굴과, 숫자화 된 나의 좌표와,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지문과, 거주지의 이동 경로 등이 빼곡하게 새겨져있다. 거기에는 내 성격,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걸었던 길의 의미.. 더보기
[서평] 아이팟과 프레고 스파게티의 공통점은? - <블루 엘리펀트>(하워드 모스코비츠) '블루오션'을 여는 구체적인 기법를 소개해 노던 아이오와 대학교(University of Northern Iowa)의 컴퓨터학과 학과장 유진 월링포드(Eugene Wallingford)는 2004년, 자신의 블로그에 아래와 같은 제목의 포스트(www.cs.uni.edu/~wallingf/blog)를 올린다. "아이팟이 프레고 스파게티 소스와 공통된 점은 무엇인가?"(pp.113) ("What Does the iPod have in Common with Prego Spaghetti Sauce?") 월링포드는 어느 날, 농구경기를 기다리던 중에 예전에 써놓았던 두 개의 에세이를 읽고 있었다고 한다. 저자 하워드 모스코비치는 월링포드가 이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여진 두 개의 글이 공통된 맥락 속에 있다.. 더보기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100선(동서양사상, 과학기술 부문) 49. 삼국유사 - 일연 50. 보조법어 - 지눌 51. 퇴계문선 - 이황(李滉) 52. 율곡문선 - 이이(李珥) 53. 다산문선 - 정약용(丁若鏞) 54. 주역 - 작자미상 55. 논어 56. 맹자 - 맹자(孟子) 57. 대학, 중용 - 증자(曾子), 자사(子思) 58. 제자백가선도 59. 장자 - 장자(莊子) 60. 아함경 - 작자미상 61. 사기열전 - 사마천 (司馬遷) 62. 우파니샤드 - 작자미상 63. 역사 - 헤로도토스 (Herodotos) 64. 의무론 - 키케로 (Cicero, Marcus Tullius) 65. 국가 - 플라톤 (Platon)(영:Plato) 66. 니코마코스 윤리학 -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67. 고백록 - 아우구스티누스 68. 군주론 - 니콜로 마키.. 더보기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100선(문학 부문) 권장도서는 일종의 전범(canon)이다. 문학에 관심을 둔 분이라면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100선(中 문학 부문)은 참고할만 하다. 그러나 아래 문학 작품은 문학의 연대기적 역사에서 특정 시기를 분절시킬 수 있는 대표작일 뿐이다. 하지만 그러므로 의미가 역시 있을 것이다. 특히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는 스무살들은 필수로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고등학교 때 읽어봤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은, 다시 생각해 보라. 전체를 꼼꼼히 읽은 것인가? 문제집을 풀다가 발췌된 내용을 읽었던 것은 아닌가? 혹은, 요약된 내용을 다 읽은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 순서 : 연번/서명/저자 01. 고전시가선집 02. 연암산문선(박지원) 03. 구운몽(김만중) 04. 춘향전 05. 한중록(혜경궁 .. 더보기